수돌이 탄생신화

2006. 8. 8. 22:08동영이 일기

새벽 1시가 다 되야 자는 우리 부부
8월 3일,  이상하게 8시 30분 초저녁부터 잠들었다

새벽 3시
이상하다. 배가 아픈데 아직 불규칙하다
설마 아니겠지. 아직도 10일이나 남았는데

새벽 5시
배가 아프다. 그것도 숨을 못쉴만큼
시계를 보니 5~6분 간격으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오빠를 깨웠다. 오빠도 새벽 5시부터 나와함께 진통을 하기 시작

병원에 가야하나?
아님 가진통일까? 그래도 통증이 없는 동안은
오빠랑 여유있게 웃고 장난까지. 대단하다 수돌엄마 그리고 아빠

머릿속엔 다들 애 낳기전에 삽겹살에
먹고 싶은거 왕창 다 먹고 가서 힘쓴다는데
아침부터 삼겹살은 아닌것같고, 빵이 먹고 싶다
갓 구워낸 따끈한 빵.

그러나

빵을 먹을 겨를도 없이 통증은 더 심해지고
병원에 전화했더니 빨리 오란다.
나같은 산모도 없을거다. 그날 아침 출산준비물을 오빠가 챙겨서
대충 챙기고 샤워하고 7시까지 견디다가 병원으로 출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왈
"에이 엄마 얼굴 보니까 진통 별로 안심한가보네. 어디 한번 내진해보고
입원결정하죠"

아, 정말 야속하다. 사람이 아파 죽겠는데...
실은 아기 낳기전부터 워낙 많은 글들 이야기들을 들어서
난 정말인지 아기 낳을때 소리도 안지르고 오빠 앞에서 고상하고
예쁘게 아기 낳을려고 마음을 먹은탓에 진통이 와도 참고 또 참은건데
간호사가 갑자기 밉다

어쨋든,
내진 결과 1/3이 진행되고 밤 늦게 수돌이 보겠단다
그때부터 우리 신랑 분주해진다 양가 어른들께 전화 드리고
회사에 전화 하고 내 옆에서 계속 같이 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언제 어디서 배웠는지
나를 정말 잘 이끌어 주었다. 8시부터 진진통이 시작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단다. 정말 다행이다
담당의사가 오전중에 수돌이 보겠단다. 1시간동안
80% 진행되었다고 한다. 다 오빠가 옆에서 함께 호흡을 해준덕분이다

아, 그런데 이제 수돌이가 본격적으로 나오려고 한다
정말 하늘에 별을 봐야한다고 하더니
별이 수천개는 보인다. 호흡을 잠시 놓이고, 실신 직전까지

그순간
들리는 목소리 오직 오빠 목소리만 들렸다
"경선아 코로 숨쉬고 입으로 내뱉고" "잘한다, 다시 한번..."
정말 너무 신기할 정도로 오빠 목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1시간이 흐르고 10시가 넘은 시간
우리 수돌이가 큰소리로 울면서 태어났다

사실 아기를 낳는 중간 과정을 설명하고 싶지만
너무 원초적인지라..생략

멀리서 아기가 보인다
우리 신랑 내 입에 키스를 해준다
세상이 다 내것같다
고상하고 예쁘게 아기 낳으려고 했는데
진통부터 아기 낳는것까지 우리 신랑 다 봐버렸다
그래도 우리 신랑 나를 너무 예뻐해준다.

지난 10개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임신초기에 허니문 베이비라고 울던 나
정말, 오빠가 아니었음 지금의 행복을 누려보지도 못했겠지
10개월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늘 내 옆에서 출퇴근 함께하고
하루 24시간을 늘 내 옆에서 돌봐준 우리 오빠
저녁 설겆이를 해주고 자면서도 수돌이 춥다고 배에 이불 꼭 덥어주고
아침마다 우유 꼭 사다주고 회사 지하식당 밥 먹으면 영양가 없다고 걱정해주던
우리 오빠 우리 신랑. 눈물이 난다.
긴 시간, 우리 신랑이 우리 수돌이 낳은거야.

아....아....
아,,,우리 수돌이가 태어 났구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수돌이로 키워줄게

그리고 나와 함게 수돌이 낳아준 오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 만들어줄게
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오늘밤 잘자요.
내일이 빨리 왔으면...